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

[지앤이타임즈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탈석탄 정책 추진으로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의 절망 섞인 한숨을 요즈음 자주 듣는다. 

그런데 같은 무게의 한숨을 지난해 제주도에서 주유소, LPG충전소, 공업사, 카센타 종사자들로 부터도 직접 생생히 들어봤다. 

전기차로 완전 전환이라는 제주도청 Carbon Free Island(CFI) 2030 정책 추진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인 이들 내연기관차 연관산업 종사자들도 석탄화력발전 노동자들과 같은 처지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제주도청과 내연기관차 연관산업, 전기차 산업 종사자간 상생협력 논의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수송부문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우선 구성하라는 권고가 채택됐다. 

그러나 아직 제주도청은 묵묵부답이다. 

물론 경제 내 산업 구조조정은 빈번히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피치 못해 일자리를 잃는 소위 마찰적 실업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조정은 공급 측면에서의 혁신 때문이든 수요 측면에서의 변화 때문이든 ‘시장’이 추동한다. 

그래서 시장 주도형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이들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이러한 실업을 ‘정의’나 ‘공정’과 연관시키지는 않는다. 

가령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로 대체되었다고 필름제조업 종사자들이 정의나 공정을 부르짖으며 정부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탈석탄, 탈내연기관 등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촉발된 산업 구조조정은 추동하는 원동력이 ‘시장’이 아닌 ‘정책’에 있다. 

‘정책’은 결국 사람이 결정하고 그 사람의 결정 권한, 즉 권력은 ‘정치’를 통해 부여된다. 

문제는 해당 ‘정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바로 그 ‘정치’ 권력을 부여한 주권자인 국민이라는 점이다. 

물론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대의도 중요하지만, 국민 중 누군가에게는 이득과 혜택을 주는 반면 동일한 국민인 다른 누군가에게 손실과 피해를 줄 수 있는 ‘정책’ 결정에 대해, 해당 정책으로 말미암는 혜택과 손실 간 배분이 ‘정의롭고’나 ‘공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으로서 이를 주장하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정당한 권리이다.

정책 의사결정에서 보통 사회적 편익과 비용 간 상대적 크기가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활용되는데, 이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적 정의관에 사상적 기반을 둔 것이다. 

그러나 공리주의적 ‘정의’는 정책 결정으로 혜택(편익)을 얻는 집단과 손실(비용)을 부담하는 집단이 다를 경우, 단순히 혜택(편익)이 손실(비용)보다 크다고 정의롭다고 볼 수 만은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극단적으로 부유한 소수를 위해 가난한 다수를 희생시키는 논리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 결정으로 혜택을 받는 집단이 손실을 부담하는 집단에게 일정정도 보상해주면서도 혜택(편익)이 손실(비용)보다 커야 진정한 의미에서 사회적 정의가 달성된다.

그래서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불가피하게 진행될 탈석탄, 탈내연기관 등 에너지 전환은 이처럼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적인 정의를 달성하는 전환, 즉 ‘정의로운 전환’ 또는 ‘공정한 전환’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본격적인 에너지 전환을 통한 산업 구조조정에 앞서 ‘정의로운 전환’ 또는 ‘공정한 전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견지에서 제주도청은 하루빨리 ‘수송부문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를 시작함으로서 모범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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