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대한민국이 에너지 빈국인 탓에 소비자들은 평상시 석유를 구매할 때 미래의 수급이나 가격 불안에 대비한 비용을 미리 부담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LPG,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가격에 자동적으로 부과되는 석유수입·판매부과금이 그것이다.

실제로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석유 수급과 석유가격의 안정’을 위해 정제업자, 석유수입·판매업자에게 이들 부과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의 최초 도입 배경을 들여다 보면 소비자들이 부과금을 부담하는 취지는 더욱 명백해진다.

지난 1970년대의 중동발 1·2차 석유파동(오일쇼크)를 겪은 이후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석유 수급과 가격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절실하게 요구됐고 그 방편으로 1979년 ‘석유사업기금’이 신설됐다.

기금이 만들어졌으니 재정을 확보할 수단이 필요했는데 이 때 도입된 것이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제도이다.

정부가 성격이 비슷한 특별회계와 기금을 통합 정비하면서 석유사업기금은 1994년 에너지자원개발사업특별회계(이하 에특회계)로 이관됐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재 석유수입부과금은 원유, 휘발유·경유 같은 석유제품, 경유에 혼합되는 바이오디젤 등에 1리터당 16원이 부과된다.

천연가스에도 kg당 24.242원이 매겨진다.

석유판매부과금은 고급휘발유에 리터당 36원, LPG 부탄에 36.37원이 징수되고 있다.

이렇게 걷힌 부과금만 연간 2조원대를 넘나 들고 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석유수입부과금으로 2018년 1조7949억, 2019년 1조4086억이 걷혔다.

같은 기간 판매부과금도 2163억과 1955억원이 징수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징수율이 100%라는 점이다.

석유 소비자 가격에 담겨 원천 징수되기 때문에 부과금 납부 회피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가 석유수입·판매부과금을 부과하는 주체는 정제·판매업자이지만 징수 창구일 뿐이며 실제로는 소비자들이 석유를 구매할 때 납부하는 돈이다.

우리나라 원유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석유 가격은 국제유가 변동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국제유가가 폭등하면 내수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에 간헐적으로 정부는 정책적으로 유가 안정 카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정부가 유류세를 조절해 유가 인하에 나선 것은 2000년대 들어 단 3차례 뿐이다.

2000년 3월 이후 2개월 간 휘발유 5%, 경유는 12%의 세금 인하 조치를 취했고 외환위기 때인 2008년에는 3월 부터 12월 까지 10개월간 유류세 10%를 내렸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0불에 육박하던 2018년 11월에는 한시적으로 유류세 15%를 인하했다.

최근의 국내유가가 지난 2018년 상황과 비슷한 수준까지 오르고 있다.

고유가 상황이라고 판단해 정부가 유류세를 내려 소비자 기름값 부담을 줄여 주던 2018년 10월의 휘발유, 경유 가격은 리터당 1690원, 1495원에 달했다.

그런데 최근 가격이 1636원, 1432원을 기록하며 유사한 수준까지 오르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국민 모두가 심각한 소득 감소와 물가 부담에 직면해 있으니 2018년 유류세 인하 당시 상황 보다 더 비상 시국이다.

세계적인 석유 수급 균형 불안으로 향후 국제유가 상승 여력도 높은데 유류세 인하 소식은 들려 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들로 부터 ‘석유가격 안정’ 목적으로 수십년간 부과금을 걷어 왔고 엄청난 재원이 비축되어 있는데도 제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소식이 없는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하는 ‘부과금 운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부담금 부과 목적은 석유 수급·가격안정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법적 사용 용도는 이와 달리 에너지 자원 특별회계에 규정되어 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화석연료인 석유 사용 과정에서 기후변화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부과금 수익 일부를 에너지자원 정책 전반에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과금으로 조성된 에특회계 재원은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에너지기술개발, 관련 기반 구축 사업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소비자에게 징수한 부과금이 넘쳐 정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맡겨 놓은 에특회계 예탁 원금만 2019년 기준 2조원을 넘고 있고 1천억이 넘는 이자수익을 챙기고 있다.

소비자들이 휘발유와 경유를 구매할 때 부담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금도 원래는 3%가 에특회계로 전입, 사용돼야 하는데 돈이 넘쳐 나면서 일반회계로 돌릴 정도이다.

고유가 상황이 오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은 평소에 ‘부과금’이라는 명목으로 미리 ‘유가 안정 자금’을 비축해놓고 있다.

하지만 에특회계라는 명칭으로 정부에 맡겨진 이 자금은 원래 용도에서 벗어나 사용되고 있고 남아 도는 돈으로 정부는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돈의 주인은 소비자이니 지금같은 유가 상승 시절에 되돌려 달라고 주문할 당연한 권리가 있고 정부는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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