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여대 임용훈 교수
▲ 숙명여대 임용훈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부교수] 최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강도 높은 정책들에 대한 세부 실행방안들이 잇따라 구체화되면서 국내 에너지 소비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발전 및 전환 부문 사업자들의 한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NDC)가 2018년 26% 대비 40%까지 대폭 상향 조정되면서 가뜩이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이행을 위한 전 방위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집단에너지 사업의 경우도 중∙장기적인 측면뿐 아니라 10년 내 단기 온실가스감축 목표 상향에 따른 예상치 못한 불똥이 또 어떤 파급효과로 다가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기존 논의되었던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LNG 발전까지 폐쇄하는 제3안은 최종 배제되는 분위기라,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석탄에서 LNG로의 연료전환을 꾀하고 있는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과, 큰 틀에서 기존 LNG 중심의 복합발전 사업 구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지역냉·난방 사업의 경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하겠다.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현행 기후변화 대응 기조의 유지 여부에 변화의 가능성도 점쳐지기에 당분간 정부, 사업자, 환경단체 등 이해 당사자 간 치열한 논쟁과 눈치 싸움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상부의 정책이 있으면 하부의 대책이 있기 마련이지만 최근 일련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추진되는 정부의 정책은 일시적인 가속의 범주를 넘어선 지나친 과속에 따른 여러 부작용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정책적 대책 수립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집단에너지 사업으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도 최근 탄소중립형(Carbon Neutral) 집단에너지 모델을 표방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신속히 적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연계성 강화를 위한 저온 열 공급 모델인, 4세대 집단에너지 모델을 도입한 지 얼마 채 되지 않아 새로운 세대의 집단에너지 모델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집단에너지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기존 4세대 집단에너지 모델과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논란이 아직 진행 중이긴 하나 새롭게 논의되고 있는 5세대 집단에너지 모델은 최근 정부에서 추진 중인 국내 분산에너지 활성화 정책에 부합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의 양방향 에너지 거래 개념의 도입과 초저온(5~25oC) 단일 배관망을 이용한 냉⦁난방 동시 공급, 그리고 다양한 수요처의 열 수요 대응을 위한 수용가 히트펌프 설치를 통해 향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문제가 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설비 발전출력 제한 등 잉여재생전력을 활용한 Power to Heat 모델의 구현 등 향후 전개될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사용 환경에 최적화된 사업모델을 주요 특징으로 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존의 중앙집중형 국내 집단에너지 사업의 체질에 어울리지 않는 수요처 및 소비자 중심의 분산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당장 국내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 추진되고 있는 탄소중립 이슈와 연관된 급진적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근 불거진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부문의 연료전환 이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단순한 연료전환, 단순한 일부 대안기술의 적용만으로는 그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점을 하루 빨리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촉발된 집단에너지 부문의 차세대 모델, 즉 5세대 집단에너지 모델은 지금까지 열 공급 온도를 기준으로 한, 고온의 스팀을 이용하는 1세대에서 40oC의 저온 온수를 이용하는 4세대 집단에너지에 이르는 기존 모델들과는 달리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환경에 맞춘 비정형성을 특징으로 할 개연성이 크다.

현행의 열병합발전 방식, 즉 대규모 수요처를 대상으로 한 전력 및 열 공급 사업의 형태에서 탈피하여 CO2를 작동 유체로 하는 냉∙난방 공급 네트워크 모델, 도심 고형 폐기물(Municipal Solid Waste)에서 생산되는 수소를 이용한 친환경 분산발전 모델, 지역 내 전기⦁수소차 충전 스테이션 등 다양한 기능적 확장성을 전제로 한 분산에너지 사업모델이 향후 본격화되는 탄소 중립의 시대에 필요한 5세대 집단에너지, 혹은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X-Generation 집단에너지 모델의 실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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