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합리화 교수협 온기운 공동대표]

▲ 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 교수협 공동대표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에 좀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석유와 석탄, 가스 등 화석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이를 연료로 생산되는 전기 요금도 유럽 등 주요국에서 크게 오르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한 마디로 수요를 공급이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발생 초기인 지난해 초반까지는 에너지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감했으나, 중반 이후 세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수요가 V자형으로 급반등했다. 공급은 수요 급반등을 따라가지 못했고 초과수요 확대로 에너지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크게 올랐다. 

그렇다면 이 공급 부족은 무엇 때문에 야기됐는가. 화석에너지별로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은 상류(upstream) 부문의 투자가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얘기는 201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2016년 사이에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었다. 2014년 봄 상하이 주식시장 혼란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우려가 높아지자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했다. 

경제전망기관들은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조정했고, 이러한 가운데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맴돌던 유가가 급락했다. 그해 가을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감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유가는 더 떨어졌다. 당시 OPEC의 ‘셰일가스 죽이기’가 감산 미합의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유가 급락의 결과 석유와 가스의 상류 투자는 대폭 줄어 2016년 투자액이 최고치였던 2014년 대비 45% 감소했다. 이후 유가는 서서히 회복됐지만 석유·가스 업계는 수십만 명을 감원하는 등 피해가 커 상류 투자를 늘리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초부터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돼 경제가 불황 국면에 빠지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하락했고 상류투자는 더 줄어 지난해에는 2014년보다 58%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석유·가스 개발은 개발주기가 빠른 셰일 가스·오일을 제외하면 투자에서 생산까지 최소 5~6년이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2015년 이후 상류 투자 부족이 현재의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초반에는 코로나로 세계 석유 수요가 줄어 가격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공급력 부족의 문제가 표면화돼 유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문제는 상류부문의 투자 축소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부족이 장기화돼 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석탄의 경우 자원개발 메이저들은 미래 석탄가격 하락 리스크 등으로 개발 투자에 소극적이다. 

호주의 BHP사는 Mount Arthur 탄광을 매각하고, 영국의 Anglo American사는 2023년 중반까지 일반탄 사업에서 철수할 방침이다. 스위스의 Glencore사는 2023년까지 4개 탄광을 폐쇄할 방침이며, 브라질 Vale사는 석탄사업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세계 120여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연료 소비가 석탄에서 가스로 전환되면서 미래 석탄 가격의 하방리스크가 커지자 메이저들의 다이베스트(divest)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석유개발 투자도 감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5월 IEA(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 넷 제로 국제에너지 섹터를 위한 로드맵(Net Zero by 2050 A Roadmap for the Global Energy Sector)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향후 석유를 포함한 화석연료의 신규 투자는 전혀 필요 없다’,  ‘2035년 이후 휘발유차의 판매는 없다’라는 충격적인 시나리오가 담겨 있는데, 이에 따르면 2050년 석유·천연가스·석탄의 공급량은 각각 75%, 55%, 90% 감소하는 것으로 돼 있다. 

작금의 화석에너자 가격 급등은 수요가 상류부문 개발축소에 맞춰 하향 조정되지 않는한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할 판이다. 수요를 최대한 억제하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가일층 기울여야 한다.

단기적으로 화석연료의 국내 재고와 비축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이용을 늘려 나가야 한다. 국가간 화석연료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는 비상 시기에 탈원전이라는 순진한 구호에 언제까지 매달려 있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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