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나리오 내놓고 에너지 가격·세금 인상은 외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기술적 성취로 가정, 비용도 산출 안해

원전·석탄 먼저 폐지 후 대체 모색, 전력 안정성에 매우 위험

[에너지플랫폼뉴스 김신 기자]숭실대 경제학과 조성봉 교수는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의 문제 중 하나로 비현실적인 탄소 저감 목표 설정을 꼽았다.

기술적인 실현 수단이나 그 과정에서 투입되는 비용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점도 우려했다.

특히 탄소 저감 과정에 수반되는 에너지 가격이나 세금 인상을 외면하고 차기 정부로 그 책임을 미룬 대목은 인기영합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로 인해 한전 등 전력 공기업의 적자는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나고 있고 정부의 탈석탄 정책 등으로 민간 발전 자산의 좌초화가 우려된다며 정부 차원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기 정부 정책 방향으로는 에너지 시장의 가격 시그널 기능 회복과 민영화 등을 통한 에너지 산업 구조 개편, 탈원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 정권과 무관한 장기적 관점의 에너지 자원 개발 등을 제안했다.

 

조성봉 교수와의 인터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에너지 전환에 대해 총평을 해주신다면

- 에너지 전환정책은 기후변화에 대비해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하는 사항이기는 하다.

하지만 현 정부의 추진방식은 실효성과 책임성을 상실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도록 가격 시그널을 통해 유도하는 것인데 현 정부는 전기요금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또한 현 정부가 책임지기보다는 장기적 로드맵과 목표만 제시해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이 문제라고 판단된다.

▲ 각론으로 현 정부 탈원전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

- 탈원전으로 현 정부가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연료가격이 상승해 오히려 원전 이용률이 더 올라가고 있다.

최근 SMP(System Marginal Price, 전력도매가격)가 kWh 당 200원이 넘는 고공행진을 하도록 만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현 정부가 공사를 중단한 신한울 3·4호기는 원전산업을 어려움에 빠뜨린 결정적 요인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는 원전을 세일즈하면서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주창하며 일관성과 신뢰성을 놓쳤다.

우리나라는 단독 계통이고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여서 원전의 비중을 쉽게 낮출 수 없다.

특히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가격이 싸고 오랜 기간동안 비축할 수 있어 지금처럼 연료가격이 급상승한 상황에서 국내 전기요금 수준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매우 아쉽다.

▲ 탈석탄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탈석탄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8차 기본계획에서 폐지가 반영된 10기를 포함해 9차 계획에서는 총 30기의 석탄발전소 폐지를 결정했는데 그 결과 2020년의 석탄발전용량 35.8GW가 2034년에는 29.0GW로 줄어들게 되고 설비용량 비중이 28.1%에서 15.0%로 감축된다.

이런 목표를 세운 배경으로 정부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미세먼지를 대폭 감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석탄발전소 감축의 대안으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LNG발전소 건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가 문제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2020년의 15.8GW에서 2034년의 40.3GW로 늘리고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LNG발전소를 짓겠다는 것인데 그 전망은 밝지 않다.

석탄발전소 폐지의 대안으로 LNG발전소를 지을 부지를 찾는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모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탄발전소는 충분히 수명연장이 가능하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를 섣불리 폐지한 이후 새롭게 발전설비 건설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9차 기본계획처럼 탈원전과 더불어 탈석탄 시점을 확정해 석탄 발전 설비를 폐지한 이후 대체 발전설비 자리를 찾는 선(先)폐지, 후(後)대체 설비 계획은 안정적 전력공급을 해치는 매우 위험한 방안이고 전력 공급비용을 크게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탈석탄의 또 다른 중요 이슈는 좌초비용 문제이다.

석탄발전소는 민간과 한전 발전자회사 모두가 소유하고 있는데 민간이 보유한 석탄발전소 폐지와 감발을 결정한 것에 대해 본래 정부가 제시한 설비 운용 계획과 어긋나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발전자회사들도 한전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전은 상장된 공기업이기 때문에 석탄발전소의 무조건식 폐지는 상장 주식회사인 한전의 미래 수익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적어도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한 민간 주주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 수송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견해는 어떤지.

- 과거 이명박 정부때는 해외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해 조급하게 목표를 정하고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추진해 많은 무리와 실패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된 해외 에너지 자원 투자 사업을 조사하는 등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현 정부 들어서는 다시 과거 정부들의 문제로 몰아 검찰 조사를 진행하고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합병해 한국광해광업공단을 설립하는 등 해외 에너지자원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에너지의 95%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해외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해 장기적으로 정권과 무관한 정책을 펴야 한다.

너무 조급하게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도 문제지만 이를 도외시하다시피 한 문재인 정부의 해외 에너지 확보 정책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것도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심각한 실수였다고 판단된다.

탄소중립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 자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지나치게 늘린 것은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탄소를 배출하는 전통 연료이더라도 장기 구매 계약과 비축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도모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 에너지 가격 그리고 세제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정부가 탄소 저감에 얼마나 진실성이 있는가는 거창한 로드맵이나 비현실적인 목표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 걸음씩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가 에너지 가격과 세제 정책 측면에서 탄소저감에 진정성을 갖고 임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제시했지만 정작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할 일들로 채워 놓고 있다.

현 정부가 감당해야 할 가장 고통스러운 대목인 에너지 가격과 세금의 인상은 외면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수준은 현재 SMP가 kWh당 200원을 상회하고 있으며 한전은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

유류가격이 오른다고 세금을 낮춘 것은 인기영합적 정책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에너지 가격 수준도 문제지만 소비자간 교차보조도 큰 문제이다.

전기요금 체계는 용도별 요금체계를 개선해 전압별 요금제도가 되도록 논의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정부는 여전히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 LNG가격이 급등했음에도 가정용 도시가스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고 발전용과 산업용 LNG가격에 인상 요인을 전가해 한전과 지역난방공사의 적자를 눈덩이처럼 커지게 만든 것도 문제다.

▲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현 정부의 탄소 중립 목표 그리고 실현 가능성 등은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 현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목표는 지난 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하 COP26)를 위해 급조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정했다기보다 현실 가능성을 도외시하고 2050년의 탄소중립을 위해 정해진 답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탄소중립 방안은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기술적 성취를 가정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제적 비용도 제대로 산출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 천문학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주체는 결국 기업과 국민을 비롯한 여러 이해 당사자들인데 이들과 적절하고 제대로 된 합의나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실행 방안도 현실성이 낮다.

일례로 지난 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산업·에너지 탄소중립 대전환 비전과 전략’은 기존의 산업구조를 전혀 바꾸지 않으면서 탄소중립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부문의 탄소배출량이 38%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2%에 달해 다른 OECD 국가보다 훨씬 높은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을 고집하면서 탄소중립을 이뤄낼 수는 없다.

국민 모두를 소외 없이 포용하겠다는 정부의 실행 방안에서는 어떤 진정성과 구체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 조성봉 교수는…

√ 美 오하이오 주립대 경제학박사

√ 美 National Regulatory Research Institute

√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한국전력거래소 비상임 이사

√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위원

√ 감사원 정책자문위원

√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 자원경제학회 회장

√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에너지분과 전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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