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에너지플랫폼뉴스 :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전체의 40% 이상이 석유와 가스의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화석에너지인 석유와 가스의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에너지 전환이 핵심 과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모든 화석에너지의 국제 가격이 급등했다.

코로나19로 감소했던 에너지 수요는 빠르게 회복되는데, 그에 부응한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너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서방국의 제재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축소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석유 등 전통 화석에너지에 대한 투자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석유 상류부문 E&P(탐사와 생산) 투자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각국 정부의 규제와 투자자들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요구로 위축됐다.

게다가 E&P 투자는 2014년 하반기부터 2016년까지 지속된 산유국들의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에 의한 저유가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유가 급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더욱 위축됐다.

특히 투자 부족에 따라 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의 여유 생산능력(spare capacity)이 줄어든 것은 국제 유가의 구조적인 불안 요인이 됐다.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부족한 시기에는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조그만 사건과 사고에 의해서도 곧바로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하류부문 정제설비에 대한 투자도 감소한 것은 마찬가지다.

2010년대 중반의 유가 하락 때에는 주로 산유국의 국영석유회사들이 계획하고 있었던 정제시설 건설을 취소했다.

2020년 코로나19에 의한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 때에는 국제석유회사들 중심으로 노후화된 정제시설을 폐쇄했다.

에너지정보업체 EI에 의하면 현재 세계 정제능력은 코로나19 직전에 비해 하루 약 400만 배럴이 적다.

최근 세계 석유시장에서는 원유보다 석유제품의 공급 부족이 더 심각하다.

결국 석유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석유생산 투자가 축소됨으로써 화석에너지 공급도 부족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도 부족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에너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세계 각국의 경제적 위기는 에너지 전환의 진전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과 각국의 주요 석유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만 에너지 전환이 순조롭게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부연하면 석유기업들이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진출해 에너지 전환에 직접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성을 감안하면 아직은 신‧재생에너지에만 특화된 큰 기업들이 새로 탄생해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규모가 큰 석유기업들은 당장의 수익성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을 재편해야만 하는 전략적 목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석유기업들은 단기 수익성에 크게 제약 받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대부분의 에너지 사업과 마찬가지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역시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장기 투자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석유기업들의 경험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석유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유사점이 많다.

상류 부문인 해상유전개발은 해상풍력발전과 관계가 있다.

하류 부문인 석유정제는 바이오 연료나 수소 제조 공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각국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석유기업들로 하여금 적절한 석유 투자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석유의 개발과 사용을 억제하는 규제 강화 속도를 완화하는 한편 석유기업들의 탄소배출 저감과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메커니즘의 도입이 요구된다.

우리 정부도 국내 석유기업들이 안정적인 석유 공급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에너지 사업을 발굴해 투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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