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 교수협 공동대표 ]

▲ 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 교수협 공동대표
▲ 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 교수협 공동대표

국가간 액화천연가스(LNG)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한 2020년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LNG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수요자우위 시장(buyer's market)이 전개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의 공정거래당국이 과거로부터 고착돼 왔던 LNG 공급자의 ‘갑질’을 시정하기 위해 LNG 불공정거래 사례를 조사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공급자의 힘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목적지조항, 의무인수조항, 이익분배조항 등이 시정대상이었다. 

하지만 2020년 하반기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세계경제 회복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LNG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구도로 바뀌게 됐다. 세계 LNG 액화설비 가동률이 2020년대 전반을 정점으로 하락추세로 전환되고 유럽과 아시아에 대한 PNG 공급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LNG 수요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탈탄소화에 따른 에너지 전환으로 석탄발전 대신 LNG발전을 늘리는 국가가 많아진 것도 LNG 수요증가를 부추겼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올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천연가스 공급이 급감하면서 LNG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전례없이 치열해졌다.  

◆ 아태지역서 유럽으로 목적지 바뀌는 사례 증가

전 세계 600여 척의 LNG운반선 운항 상황을 보면 미국 멕시코만에서 대서양을 횡단해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이전에는 운반선들이 대부분 아시아 지역으로 향했지만 러·우 전쟁 발발 이후 행선지가 유럽으로 바뀌고 있다. 

천연가스의 러시아 의존 탈피를 서두르는 EU 각국이 LNG를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은 LNG의 재가스화(regasification)에 필요한 FSRU(부유식 LNG저장 재가스화설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이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올해 1분기 유럽의 LNG 수입은 70% 증가했는데, 이는 유럽국가들이 러시아産 PNG 수입 감소를 LNG 수입증대로  대체한데 주된 원인이 있다. 

한편 같은 기간 아태지역의 LNG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7% 줄었다. 아태지역을 향한 LNG 물량의 목적지가 유럽으로 바뀐 결과다. 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LNG 조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 LNG 시장에서는 현물시장에서 LNG 카고 확보 경쟁이 가열되면서 현물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헨리허브(Henry Hub), TTF(Title Transfer Facility), JKM(Japan Korea Marker)ㄴ 등 미국과 유럽, 동북아시아의 현물가격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에 연동돼 결정되는 장기계약물량의 가격도 유가 급등으로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 한국도 안심할 때 아냐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인 한국으로서는 작금의 LNG 쟁탈전에 비상이 걸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가스공사의 의무비축물량이 일평균 사용량의 9일분으로서 아직은 크게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서는 결코 안심할게 못된다. 

더구나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LNG 발전량이 크게 늘어 LNG 확보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정부가 한전의 도매시장 전력구입비를 결정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의 상한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도 LNG 가격 폭등  때문이다. 올해 5월 한국의 가스 수입액은 3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4.1%나 늘었다. LNG가격 상승이 국가 에너지 비용을 눈덩이처럼 불리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주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연간 4870억m3의 가스를 수입하는데 이를 모두 러시아 이외의 LNG 수입으로 대체하려 할 경우 그 양은 연간 1억 40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의 연간 LNG 수입량의 2배 이상에 상당한다.

유럽위원회(EC)는 올해 안에 러시아 의존도를 3분의 1로 삭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 ‘새로운 에너지 안전보장 제안’을 공표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4680만 톤의 LNG 확보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추가되는 세계의 LNG 생산 능력이 600만 톤으로 전문가들은 이 시나리오의 달성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LNG가격 상승에 따라 세계 주요 지역에서 LNG 개발·생산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하더라도 개발에서 생산까지 1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고, 개발에 소요되는  자금도 막대한 만큼 적어도 앞으로 수년 동안은 가스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게 옳을 것이다. 

◆ 물량 확보 및 LNG 의존도 낮추는 노력 병행해야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LNG물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4월 22일 한국가스공사가 BP사와 2025년부터 18년 동안 매년 158만t의 미국산 LNG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은 LNG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도 한국과 미국간 동맹 관계를 이용해 미국산 LNG를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토대를 강화해야 한다.  

LNG 도입주체들은 계약기간으로서 현물·단기 계약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직적 거래조건들이 부과되지 않고 유연성이 보다 높은 현물거래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장기계약과 현물거래를 적절히 조화시킴으로써 가격 등 시장변동 상황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 할 필요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LNG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비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고 수소와 암모니아 등을 LNG와 혼소하거나 아니면 이들을 전소하는 기술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이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대책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