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여대 임용훈 교수
▲ 숙명여대 임용훈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대규모 택지지구를 주요 수요처로 하고 있는 현행 3세대 집단에너지 모델의 특성상 최근 왕숙 지구를 포함한 3기 신도시 개발 등의 영향으로 인해 한동안 침체기를 겪어오고 있던 집단에너지 사업이 간만에 큰 활기를 띄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지난 10여 년간 현행의 3세대 집단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대내외 사업 환경에 있어 그다지 눈에 띌만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LNG 직도입에 따른 민간사업자 중심의 수익모델 창출과 탈 석탄‧탈 원전 에너지전환 정책 시행에 따른 발전 자회사들의 신규 전력수요 발굴의 우회 수단으로 집단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반사이익을 갖는 모양새다. 

오히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에 따라 국제 에너지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코로나 펜데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 펜데믹 기간 동안 수요급감에 따라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에너지자원 시장에 큰 변동성이 가해지면서 향후 전력시장으로의 파급효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붉어진 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 도입과 관련한 논란은 기존 발전시장은 물론 발전 사업의 비중이 높은 현행 집단에너지 사업에도 막대한 파급 효과가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관련 사업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 연료가격 급등에 따른 한국전력 발전사업자 정산금 부담을 완화시켜 공기업인 한전의 경영악화와 전기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신재생발전 분야 및 집단에너지 사업자를 포함한 민간 발전사업자 이익을 인위적으로 제한하여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계통한계가격(SMP)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지난달 전력도매가격은 ㎾h당 200원선을 돌파하는 등 전력도매시장 개설 이후 전대미문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60% 이상 급등한 규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전력시장 자유도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해 최근 OECD가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여전히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미흡하고, 전기요금도 지나치게 저렴하다며 개선을 권고하고 나서고 있다는 점은 시사해주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당장 한국전력의 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고착화된 독점적 전기시장 구조 재편이 요원한 가운데, 장기간 인위적으로 저렴한 전기 요금을 유지해오고 있는 현행 에너지 정책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재생에너지의 시장 진입은 물론 향후 전력 수요관리에 대한 투자를 저해함으로써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집단에너지 사업의 시장 경쟁력 악화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열 요금 상한제와 더불어 SMP 가격 상한제까지 도입될 경우 물론 한시적인 대안일 수 있겠으나 가뜩이나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단에너지 산업은 지속적인 사업 확대는 고사하고 자칫 장기적인 에너지가격 정책으로 고착화될 경우 기존 운영 사업장의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도의 악영향을 끼칠 것임에 분명하다. 

향후 원전 재가동에 따른 수소 중심의 에너지 산업 구조 개편이 다시 침체기로 돌아설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높은 가운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 이후 해외 에너지 시장 불안정성에 따른 에너지안보 위기의 도래로 인해 한 때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기후변화 대응의 확실한 기조가 다시 혼조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 일부 집단에너지 사업장에서 추진되고 있는 수소터빈 등 에너지 신기술 적용의 움직임 또한 크게 제약을 받을 개연성이 높아지면서 ‘탄소중립’형 집단에너지 사업 기반 구축을 위한 지속가능 모델 확립은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단기간의 환경변화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겠으나 근본적으로 향후 지속가능한 집단에너지 사업 모델에 대한 방향성 수립이 없이는 최근 신규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집단에너지 사업의 훈풍이 지난 10여년의 침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과 연계되지 못하고 찻잔 속 미풍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에너지공급 안정성과 수출산업 육성의 미명아래 규제에 최적화 된 현행의 국내 에너지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집단에너지 산업은 물론이거니와 기후변화 시대의 필수불가결한 신재생에너지 생태계의 자생력을 상실함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는 요원하다는 점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계통한계 가격 상한제 적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규제 일변도의 에너지 정책 하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산업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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