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해 설비 기술력 향상 및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매년 증가
그리드 패리티 현상으로 그레이수소와 비용격차 빠르게 좁혀질 것
한국, 그린수소 2030년 25만톤 공급 목표로 수전해 실증사업 추진 

[에너지플랫폼뉴스 송승온 기자] 전문가들은 세계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의 종착점은 수소에너지, 그 중에서도 ‘그린수소’가 될 것으로 예견한다.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발전원으로 활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생산하는 수전해수소를 뜻한다.

수소 시장은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무분별하게 생산되던 초기 시장 형태를 벗어나 생산방식별로 구분돼 치열한 가격경쟁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그린수소 생산방식에서 활용되는 수전해 설비들의 기술력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고, 이에 따라 주요국가에서는 100MW 이상의 대규모 그린수소 프로젝트들이 발표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오는 2030년 그린수소 25만톤 생산‧공급을 목표로 10MW급 수전해 실증사업을 추진 중으로 2026년까지 4년간 약 300억원 규모의 국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7월부터 경남 김해시 안동에 자사 최초로 제조식 수소충전소를 구축, 운영 중이다.
▲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7월부터 경남 김해시 안동에 자사 최초로 제조식 수소충전소를 구축, 운영 중이다.

◆ 그레이수소 생산, 비판적 시각 갈수록 증가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임선후 연구원은 계간 가스산업 보고에서 ‘수소 사업에 투자하거나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린수소의 잠재가치를 올바르게 판단해야하고, 이를 통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 연구원은 수소 시장은 LNG 시장과 같은 형태로 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 파이넨싱, Off-taker를 위한 장기 계약 등의 형태인 LNG 시장과 유사한 성격을 띌 것이라는 것.

수소산업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면 스팟 형태의 거래도 나타나겠으나 대규모 용량 프로젝트를 운영하려면 중장기 계약형태인 표준 프로젝트 금융조달 방식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임 연구원은 설명했다.

특히 아직까지는 그린수소보다 그레이수소가 비용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화석연료 가격의 지속적인 급등과 함께 수전해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그린수소 생산비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레이수소 생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규제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임 연구원은 ‘수소 산업은 이제 경제성 중심의 초기시장의 성격을 벗어나 환경적 요인, 정책적 요인 등 다양한 변수들의 타당성까지 확보해야 하는 시장이 됐다’며 ‘수소시장에 뛰어든 플레이어들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건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나의 수소 프로젝트를 수행하더라도 규제와 인센티브가 어떠한 형태로 마련돼 있는지, 지리적 리스크는 어떤 것들이 존재하는지, 자금 조달 방식과 계약 형태는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한국, 늦어도 2040년 내 그린수소 가격 경쟁력 확보

현재까지 그레이수소가 생산량의 대다수를 이루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그레이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그린수소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하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레이수소 생산에 활용되는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게 됐고, 수전해 설비 기술력 향상과 더불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그린수소의 경쟁력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임선후 연구원은 ‘기술발전과 더불어 그리드 패리티 현상으로 인해 생산방식에 따른 비용격차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20년대 중반부터 브라질, 칠레 등에서 가장 먼저 그린수소의 생산가격이 그레이수소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주요 수소 수입국으로 예상되는 한국, 일본조차 늦어도 2040년 안에는 그린수소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될 것이라 분석했다. 

임 연구원은 ‘그린수소를 생산하려면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해야 하고 수전해 설비 기술력과 비용, 그리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 혹은 다른 생산방식에 대한 규제와 같은 국가 정책이 뒷받침해야 한다’며 ‘풍력과 태양광은 지리적인 조건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디에서 수소를 생산하느냐도 그린수소의 잠재가치를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리적 이점만이 그린수소의 잠재력을 대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칠레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 등에 비해 지리적 적합도는 낮지만 태양광과 육상풍력의 설비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P2G(Power to Gas) 효율도 높아 균등화수소원가(LCOH, Levelized cost of Hydrogen)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본은 육상풍력의 설비이용률이 20% 수준으로 예상되고, P2G 효율이 매우 낮으며 이에 따라 LCOH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에서 정의하는 수소에 대한 분류 기준도 그린수소 잠재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임 연구원은 설명했다. 

현재 청정수소를 정의하고 있는 국가는 생각보다 많지않다. 올해 초 기준으로 EU, 중국이 청정수소인증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고 일본은 연구단계, 한국은 수소법 개정안에 포함해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정의는 세부시행령을 통해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 해외 청정수소 인증제 추진 동향(자료=ertifHy,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가스공사)
▲ 해외 청정수소 인증제 추진 동향(자료=ertifHy,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가스공사)

◆ 호주서 대형 그린수소 프로젝트 잇따라 추진

최근 이슈된 대형 그린수소 사업들을 살펴보면 2014년부터 호주 서부에서 추진 중인 AREH(Asia Renewable EnergyHub)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최근 BP가 이 프로젝트 지분의 40.5%를 인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서부 필바라 지역에 16G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와 10GW 규모의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하고 14GW 규모의 수전해 설비를 활용해 연간 160만톤의 그린수소와 900만 톤의 그린암모니아를 생산하게 된다.

대규모 허브 사업으로 2024년부터 착공해 단계별 시공을 거쳐 2035년 준공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7년 수출을 고려하고 있다.

호주내 또 다른 대규모 사업으로 최근 오사카가스가 합류한 Desert Bloom Hydrogen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2MW급 HPU(Hydrogen Production Unit)를 약 4000개까지 확대할 계획으로 이를 통해 연간 40만톤의 수소를 생산할 전망이다. 생산된 수소는 에너지, 화학, 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예정이며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유럽에서는 Engie, OCI, EEW가 합동 운영하는 ‘HyNetherlands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로 2025년에 200MW 수준의 해상 풍력을 바탕으로 한 100MW급 수전해 설비를 가동하여 e-메탄올과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고 2030년까지최대 1.85GW까지 설비 용량을 확대할 전망이다.

또한 HyDeal Espana는 유럽의 30개 기업이 2030년까지 그린수소를 kg당 1.5유로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Hydeal Ambition 연합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2025년부터 수소생산을 시작할 계획이고 2030년까지 7.4GW 수준의 수전해 설비 용량을 구축해 생산량을 확대할 전망이다. 

오만에서는 풍부한 재생에너지원을 바탕으로 연간 180만 톤의 수소와 천만 톤의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만의 에너지기업 OQ와, 홍콩기반의 친환경 연료 개발업체인 InterContinental Energy, 쿠웨이트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정에너지 투자자 및 개발업체인 Enertech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북미에서는 Hydrogen City Green Hydrogen Production Hub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지난 6월 기준 현재까지 선언된 그린수소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다.
단계별 확장 프로젝트로서 2026년 1단계 완료와 함께 2GW 설비 용량과 2개의 수소 저장 시설을 갖출 전망이며 지속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 대규모 수전해 프로젝트(자료=한국가스공사 임선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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