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DNV와 고압 천연가스 주배관망 수 혼입·전용 가능성 검토

평택 LNG 기지, 국내 최초 ‘수소인수기지’로 탈바꿈 추진

[에너지플랫폼뉴스 송승온 기자] 한국가스공사는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기존의 화석연료 자원개발 기업에서 수소기반의 친환경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사는 2030년까지 그레이·블루수소 네트워크 기반을 마련하고 2040년에는 그린수소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수소충전소 및 수소연료전지를 타깃으로 하는 수소생산 인프라를 건설해 2030년까지 연간 83만 5000톤을 공급할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국내 수소유통전담기관으로서 이미 직영 수소충전소 2개소를 비롯해 전국 32개소의 수소충전소 운영에 참여 중이며, 천연가스를 활용한 평택·창원·광주의 거점형 수소 생산기지도 보유중이다.

특히 천연가스배관을 수소배관으로 단계적 용도 전환한다는 목표를 수립, 수소혼입 검증 및 핵심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가스공사는 지난 5월 해외 전문 인증기관인 DNV(노르웨이 선급협회)와 ‘천연가스 주배관 수소 혼입 컨설팅 기술용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수소 혼입은 도시가스 배관에 수소를 섞어 공급하는 것으로 수소를 혼입하는 만큼 도시가스 사용량이 줄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

다만배관 재질 특성, 주변 설비 수용성, 연소기기 안정성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가스공사는 DNV와 함께 수소 혼입 농도별(20%,50%, 100%) 배관 설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설비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2025년까지 수소 20% 혼입실증을 추진한다.

향후 고농도 수소공급을 위해 발전사 천연가스 공급배관을 수소전용(轉用)화 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가스공사는 온실가스 감축 및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수소 혼입 실증연구 및 관련 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남부발전과 그린수소 혼입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2023년부터 평택 LNG 기지에 천연가스 파일럿 공급설비(Test-Bed)를 구축해 수소 혼입을 실증할 예정이다.

또한 기존 배관 수명 평가 용역 및 해외 실증사업 공동 참여를 통해 수소 혼입 효율성을 높여줄 수소분리(Deblending) 기술 등도 함께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유럽·북미·호주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기존 가스시설을 수소 배관으로 빠르게 전환하고자 10여 년 전부터 활발한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영국·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28개국은 ‘유럽 수소 배관망 구축 로드맵(European
Hydrogen Backbone)’을 통해 2040년까지 유럽 통합 수소 배관망 5만3000km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미 사용 중인 천연가스배관을 60% 이상 전용(轉用)할 경우 투자비용을 약 75~90% 절감할 것으로예상했다.

▲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이 미국 Matrix Service Company와 ‘대형 액화수소 탱크 및 화물창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이 미국 Matrix Service Company와 ‘대형 액화수소 탱크 및 화물창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미국 매트릭스와 수소인수기지 개념설계 개발키로

가스공사는 수소 밸류체인 중 액화수소 저장·운송 분야의 핵심 기술개발을 통해 수소산업 선도 국가로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액화수소’ 도입을 통해국내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지난 8월 액화수소 저장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매트릭스 서비스 컴퍼니(Matrix ServiceCompany)와 함께 LNG인수기지 기반의 ‘수소인수기지 개념설계’를 공동 연구개발키로 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 6월 채희봉 사장이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참석을 위한 미국 방문 당시 매트릭스 경영진 및 액화수소 분야 전문가들과 만나 액화수소 저장 기술 현황과 가스공사와의 협력방안 등을 논의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로 성사됐다.

양사는 앞으로 ▲액화수소 육상 저장탱크 대형화 ▲액화수소 운송 선박 기술 개발 ▲국내 액화수소 인수기지 설계 및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변화의 바람은 평택 LNG 기지에서 시작된다.

양사는 세계최초의 LNG인수기지 기반 수소인수기지개념설계를 공동연구개발(Joint Study) 형태로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한국최초의 LNG인수기지는 한국최초의 수소인수기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1984년에 설립된 매트릭스는 2000년 이후 북미지역에서 1700여개, 2억4000만 배럴 이상의 저장탱크(석유·화학·수소 등) EPC 이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55개국에서 다양한 LNG 및 석유화학 플랜트, 발전소 등의 EPC를 수행했다.

특히 매트릭스는 액화수소 저장시설 EPC를 수행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 중 하나로, 올해 미국 네바다 주에 완공된 수소 액화 플랜트(30톤/일) 저장설비를 포함해 지금까지 13기(최대 2300㎥)의액화수소 저장설비 EPC를 수행하는 등 초고압·초저온 탱크 개발·건설 역량을 바탕으로 NASA, AirLiquide, Linde 등 세계 유수의 수소 관련 기관 및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액화수소 저장·운송은탄소 넷제로 달성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대량의 수소 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라며 “앞으로 매트릭스와 협력해 우리나라가 세계 수소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2021년 7월부터 경남 김해시 안동에 자사 최초로 제조식 수소충전소를 구축, 운영 중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021년 7월부터 경남 김해시 안동에 자사 최초로 제조식 수소충전소를 구축, 운영 중이다.

 

◆ 하이스테이션 설립, 융복합 수소충전소 구축

특히 가스공사는 현대로템 등 5개사와 융복합 수소충전소 구축ㆍ운영 합작법인 ‘하이스테이션’ 설립키로 했다.

하이스테이션은 시내버스 차고지를 중심으로 하루 최대 72대의 수소버스를 충전할 수 있는 융복합 수소충전소 6곳을 구축할 예정이다.

융복합 수소충전소는 기체수소를 운송 받아 공급하는 여타 충전소와는 달리 천연가스를 활용해현장에서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충전소이기 때문에 일반 수소 승용차에 비해 많은 양의 수소가 필요한 수소버스, 수소트럭에 적합하다.

또한 융복합 수소충전소에는 지역 차량 수요 특성에 따라 LNG, CNG 등 다양한 천연가스 차량을충전할 수 있는 설비도 추가 구축된다.

수소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차종에도 연료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편의성을 제고하고 충전소 수익성 또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융복합 수소충전소가 구축되면 현재 지자체가 운행하고 있는 경유·CNG 시내버스가 수소버스로 전환되는 추세도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가스공사는 지난해 7월부터 경남 김해시 안동에 자사 최초로 제조식 수소충전소를 구축, 운영중이다.

이 충전소는 김해시 관내 1호로 가스공사 부산경남지역본부 경내에 구축됐으며, 시간당 수소 승용차 10대 또는 수소 버스 2대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환경부·경상남도·김해시가 30억원을 지원하고가스공사가 30억원을 부담하는 등 총 60억원이 투입됐다.

김해 수소충전소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특히 오는 4월부터는 수소 제조설비를 통한 자체 생산이 가능해져 외부에서 수소를구매할 필요가 없는 ‘On-Site형 제조식 수소충전소’로 탈바꿈하게 된다.

아울러 공사는 총 사업비 258억원(국비 68억원,가스공사 190억원)이 투입되는 ‘광주 거점형 수소생산기지’ 착공에도 돌입했다.

오는 2023년 3월 준공 예정인 광주 수소생산기지는 배관망을 통해 공급받은 천연가스를 활용해 일일 4톤 이상의 수소를 생산하게 되며, 이는 수소승용차 기준 1만여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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