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산업화 속도 빠른 中, 지형학적 환경 日은 자원 개발 활발

자원개발산업 주기 최소 10년, 5년 임기 정권 내 성과 서두르면 안돼

정권과 독립적·통합적 시스템 마련, 연속성 있는 정책 꾸준히 펼쳐야

[에너지플랫폼뉴스 정상필 기자]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신현돈 교수는 현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이념적인 문제로 다루다 보니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탈원전을 표방했지만 제대로 실천되지도 않았고 정무적으로 전기요금을 바라보다 보니 인상 요인은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발전사들이 엄청난 적자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자원개발과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옥석 구별 없이 외형만 키운 석유공사 대형화 전략 때문에 우리나라 자원개발이 수십년 전으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출범된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 역시 이전 정부의 자원전략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만 따졌을 뿐 정작 중요한 자원개발은 금기시 하며 자원안보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자원개발을 새롭게 시작하기도 쉽지 않다고 전망한 신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원개발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돈 교수와의 인터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자원개발 전문가로써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흐름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떠신지.

-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중립 정책이 향후 세계 에너지원 구성과 화석연료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해외 주요국들이 2014년 이후 석유개발 투자를 줄였고 최근 들어서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까지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현재와 미래의 석유 공급 측면이 어려워지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석유 공급량은 제한되고 있는데 수요는 늘어나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돌발적인 지정학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불대를 훌쩍 넘어 서고 있다.

문제는 자원개발이 위축되고 현재의 석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기간 동안 장기적인 고유가 환경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의 석유 소비는 서서히 감소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아프리카, 중동 처럼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가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인 석유 소비 정점은 아직 멀어 석유 공급과 수요간 불균형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석유 수급 불균형 우려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 해외 주요국들의 자원안보 정책들은 어떤지.

- 각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자원안보 개념들이 다르다.

유럽 같은 경우 에너지 시스템이 전통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바뀌고 있다.

EU 차원에서 회원국들에게 자원을 배분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를 많이 보급한 나라가 혹시 수급 위기에 처하더라도 에너지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자원 안보 개념이 우리와 다를 수 있다.

중국이나 인도의 경우 자국 내 상당한 자원이 매장돼 있지만 많은 인구와 산업화 때문에 해외에서 자원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현재도 해외 자원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물리적으로도 또 섬이라는 지형학적 환경 때문에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자원 안보 확립이 어려워 현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자립도가 낮은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슷한 상황으로 해외 자원개발을 활발히 진행해야 하는데 일본의 상황과 다르다.

일본은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한 성공적인 선순환 시스템 구축이 이미 완료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하게 자원개발을 추진하며 현재는 정부 지원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도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과거 30~40년 동안 해외 자원 개발을 제대로 한 적이 한 번도 없고 현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10여 년 동안은 특히 방치됐기 때문에 현재 일본의 자원개발정책을 쫓아가는 것은 실패하는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자원 안보 분야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는가.

- 2020년 말 기준 한국의 에너지 구성은 석유 42%, 천연가스 17%, 석탄 26%, 원자력 12%, 신재생 3%로 여전히 1차 에너지원 전체의 85%가 화석연료로 구성돼있고 이중 석유가스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부존자원도 없고 국토 면적이 적어 재생에너지 생산 제약이 많은 한국 입장에서 선진국을 쫒아가는 에너지 전환을 무리하게 추구하다가는 예상보다 더 큰 현실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석유개발사업은 긴 개발기간과 대규모 자본투자가 수반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석유 가스의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중립의 중요한 실현 수단인 수소를 천연가스에서 추출할 수 있고 폐유전 등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CO₂ 저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화석연료는 중요하다.

이런 다양한 이유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는 10년째 방치되고 석유 가스 자원 공기업의 해외자원 사업이 서둘러 동력을 찾아야 한다.

▲ 다음 정부의 에너지 자원 정책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7위에 랭크될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에너지자원 현실은 에너지 해외 의존도 93%, 에너지 수입액 규모 연간 150조원, 석유자주개발률 13%, 주요 광물 자원개발률 30%, 세계 에너지 안보 130위 등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현 정부에서 자원개발은 적폐로 치부되면서 멈췄다.

중국이나 일본 등 자원개발에 적극적인 주변국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퇴보 상태로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토대가 무너져 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가 자원 개발에 나서려 해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현재처럼 해외에 의존해 단기적으로 비축만 하는 전략이라면 자원개발은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사례처럼 석유공사를 통해 차입 위주로 생산 광구에 투자하는 것은 또 다시 실패를 부르게 될 것이다.

자원 가격이 높을 때 투자하고 자원 가격이 하락할 때 철수하는 엇박자 정책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 버리고 자원 안보 차원에서 자원개발 선순환 구조가 정착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자원 가격의 긴 변동 주기와 세계 경기의 변동 주기, 투자 후 생산에 이르는 10년이라는 자원산업의 주기와 대비하면 대통령 임기 5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자원개발은 정권과 독립적이며 통합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연속성 있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야 한다.

▲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도 화석연료 자원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시는데 어떤 이유인지.

- 에너지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다.

화석연료와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95% 이상 되는 에너지믹스 현실에서 급격한 탄소중립 정책은 큰 배가 급격한 방향 전환 시 전복될 수 있는 것처럼 국민과 국가 경제를 예상할 수 없는 큰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

IEA나 OPEC 장기 전망에는 2040년에도 전체 에너지원 중 석유의 비중은 6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화석에너지 자원개발 없이는 언제든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석유가스 개발이 탄소중립에 중요한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기중에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한 후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Storage)가 대표적인 역할인데 포집한 CO₂는 압축한 뒤 파이프라인이나 선박 등을 이용해 옮기고 땅 속 깊은 곳에 묻으면 된다.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갈 수록 CO₂ 부피가 압축되기 때문에 지상 보다 충분한 저장 공간을 마련할 수 있고 지하 대염수층이나 고갈 유가스전 등 지하 800m 이상 깊이의 육·해상 심부지층에 저장하는 기술은 누출위험이 적어 안정적으로 CO₂를 가둘 수 있다.

CCS는 이전부터 석유회수증진(EOR: Enhanced Oil Recorvery) 수단으로 활용돼 왔는데 석유 채굴 시 CO₂를 유전에 주입해 압력을 높이고 석유의 이동성을 증가시켜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이 그것이다.

석유공사가 생산 종료를 앞두고 있는 동해가스전을 활용해 CCS 기술 실증에 들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결국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석유가스전 개발을 통해 석유가스를 확보하고 유가스전을 활용해 CO₂를 저장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인 CO₂ 저감기술이 될 것이다.

고유가를 대비한 석유가스 자원의 확보 수단을 넘어 미래에너지인 수소의 원료로서 또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CO₂ 저장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10년째 방치되고 있는 석유가스 자원공기업의 해외자원 개발사업이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